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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스텔톤을 좋아한다.


그것은 아마도 어릴 적 쓰던 공책의 겉표지 안쪽에 항상 그려져있던 연한 초록색 사각형 때문일 것이다.

눈을 편하게 해주는 색이라는 이름의 이 사각형을 본 그날, 어린 시절 내 머릿속엔 이렇게 연하고 탁한 듯한 색은 좋은 색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그러한 색을 파스텔톤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이벤트 탭에서 이 연한 보랏빛 접시를 본 순간 평소엔 나눔 탭에 어떤 글이 올라와도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싶으면 '눔나추 줄x'만을 달던 나는 홀린 듯 줄을 섰다.



그리고 뽑혔다.


이벤트 진행자분께 주소를 알려드린 뒤 물건을 받아보았다.



여러 겹의 포장지에 둘러싸인 묵직한 덩어리를 조심스레 벗겨내자 신문지에 포장된 오늘의 주인공이 골판지 상자 안으로 떨어졌다.



접시를 꺼내고도 여전히 포장지가 묵직함을 간직한 것을 의아하게 여겨 다시 한 번 살펴보니 하나 더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하나 더 넣어주신 듯하다.

술잔으로 쓰기 좋아 보이는 크기인데 본인은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우연인지 폰케이스 색이랑 거의 일치한다.

이 쯤 되면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저 케이스는 색을 보고 산 건 아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샀는데 쓰다 보니 색이 바래서 파스텔톤이 되었다.

그렇다. 운명이다.

끼워맞추는 것 같다면 제대로 느낀 것이다. 원래 운명은 이빨 터는 놈이 끼워맞추기 나름이니까.



즉 시 야 식



한호열은 뽀글이를 끓이면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은 맛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도 있다. 게다가 야식은 원래 맛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식으로 환경호르몬을 보기 좋은 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맛이 세 배로 좋아진다는 말이 된다.



사람들은 환경호르몬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원래 맛있는 건 몸에 좋지 않다.

맛있는 걸 먹지 않으면 오래 살지만, 그렇다면 오래 살 이유가 없다.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모르겠으니 안아줘요로 마무리하겠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M9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