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저는 정말이지, 모든 게 역겹습니다.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들을 걱정하는 당신의 태도가 역겹고, 그런 몰이해를 수정할 생각도 없이 그저 자신의 이해를 강요하려는 당신이 역겹습니다.


 스스로 자유롭고 신세대적인 척하지만 기실 구시대적인 발상을 아직 못버린, 가부장적인 아버지, 당신 또한 역겹습니다.


 그리고 저도 역겹습니다. 제가 역겹습니다. 스스로 특별하다고 믿으면서 누구보다 우둔하게 행동하는 저 자신이 역겹습니다. 친구를 사랑하면서 친구가 죽기를 원하는 제가 역겹습니다. 재능을 축복보다는 저주로 받아들이는 제가 역겹습니다. 저주이지만 꼴에 재능이랍시고 오만하게 구는 제가 역겹습니다.


 또 국가가 역겹습니다. 이 나라의 천한 사상이 역겹습니다. 도덕주의자보다는 말종 중의 말종만 내보내는 언론사가 역겹습니다. 선한 이를 징벌하고 악한 이를 추대하는 풍토가 역겹습니다. 정치인들이 역겹습니다. 젊음을 꾸며내려는 부패한 늙음이 역겹습니다. 그들에게서 풍겨오는 오취가 역겹습니다. 그 오취가 제게서도 조금씩 맡아지는 것이 역겹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역겹습니다. 삶이 역겹습니다. 존재가 역겹습니다. 스스로 신이 되었다는 오만에 취해 저를 낳은 부모가 역겹습니다. 세상에 내던져진 제가 역겹습니다. 태생적으로 비극적인 탄생이 역겹습니다. 역겹다는 단어마저 역겹습니다. 죽음을 가벼이 보는 자신이 역겹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자 하는, 아니, 살아지고자 하는 자신이 역겹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감이 구역질입니다. 차라리 취할 수 있는 정신은 되려 명료함을 원하고 제게 세상을 떳떳이 바라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물려주신 세상이란 이토록 역겨운 것이었습니다. 감긴 눈으로 보려고 해도, 결국 세상은 제 눈꺼풀을 들추고 구역질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도 토해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살아가기를 택하였으며, 이상론을 택하였으며, 무엇이 됐든 줄기차게 살아가는 것이 제 신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 신념은 이제 강박이 되었으며, 역한 삶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역겹습니다. 저는 이제는 제 죽음마저 역겨울 것이라는 공포에 떨면서도, 애써 삶을 가볍게 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런 제가 여전히 역겹습니다.


 정말로 역겹습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