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스트레가, 그리고 옌과 시엘

 “옌은, 본인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오. 가능한 안전하게 구하고 싶소. 위험하겠지만, 부디 손을 보태 주시겠소?”

 “흥, 그러니까 도와주겠다고 계속 말했잖아. 얼른 출발하자고…… 라고 하고싶지만, 사실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같이 가지는 못할 것 같아. 그래도 도와줄 방법이 있으니까 따라오라고.”

 “고맙소. 일단 아카데미에 연락을 해도 되겠소?”

 “그래. 통화 끝나면 지하실로 와. 유나가 안내해 줄 거야.”

 에블린이 그렇게 말하며 지하실 문을 열고 내려갔다. 시엘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뒤 바로 학생회 동료인 미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카 낭자, 시엘이라오. 상황이 급하니 일단 대답하지 말고 계속 들어주시구려…….”

 시엘이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전달하자 미카는 당황하면서도 바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알겠어, 시엘! 일단 이디스부터 깨우고, 선생님들께 보고한 뒤 다시 연락할게. 휴대폰은 계속 켜둬! 이디스라면 저심도 좌표까지는 추적이 가능할 거야!”

 “알겠소. 이쪽도 다이브하면 다시 연락하겠소.”

 이렇게 말하고 시엘이 전화를 끊자, 기다리던 유나가 바로 지하실로 안내했다. 한편, 라우라도 카운터 뒤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누군가에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턱수염! 전화를 왜 이제 받아! 급한 일이니까 일단 잠자코 들어!”

 라우라가 상황 설명을 끝낸 뒤 덧붙였다.

 “……그러니까 잘 좀 알아봐 줘. 할 수 있지?”

 “……그런 쪽으로 유능한 용병을 알고 있네. 그쪽에 부탁해 보지. 고약한 일에 말려든 모양이군. 그래서, 보수는 뭔가?”

 “뭐? 지금 급하다니까! 장난치지 말고 빨리 좀 해줘!”

 “이쪽도 급한 회의 중이었다네. 해고될 각오로 근무 중에 딴짓 중인데 성의 정도는 보여주지 않겠나?”

 “틈만 나면 외근 나와서 점심 먹고 가는 철밥통이 뭐라는 거야! 어휴, 알겠어! 스페셜 런치 5회 무료 쿠폰, 어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로군. 잠시만 기다리게. 이미 연락을 넣어 놓았다네.”

 “……고마워.”

 “음? 뭐라고? 잘 안 들렸는데?”

 “행동이 굼뜨다고, 멍청아! 끊어!”

 급히 전화를 끊은 라우라도 바로 지하실로 달려갔다. 에블린과 유나가 시엘에게 유용한 도구를 이것 저것 챙겨주고 있었다. 라우라도 곁으로 다가가 시엘에게 말했다.

 “용병 쪽에 커넥션이 있는 지인에게 아는 게 있는지 좀 알아봐 달라고 했어.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건 해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갔다 와.”

 “고맙소, 점장공. 이 은혜는 꼭 갚으리다.”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점원을 구해준 은혜를 갚는 것뿐이야. 그것보다, ‘통로’에 대해선 꼭 비밀로 해야한다?”

 “물론이오.”

 쪽지에 적힌 좌표가 평소 마녀들이 드나들던 장소와 비슷한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지하실에 있는 통로를 빌려주기로 한 것이었다. 이 통로에 대해 아는 것은 그녀들 외에는 금발 꼬맹이 수녀, 얼음을 다루는 냉미녀 카운터, 미인 쌍둥이 자매…… 생각보다 많았다. 그 외에도 지하실에 사람을 들인 적도 꽤 있었다. 곰곰이 따져보니 관리가 상당히 허술했다. 마녀들이 진지하게 영업기밀을 준수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이 되었다.

 어쨌거나, 채비를 마친 시엘이 통로를 통과하려던 그 때,

 “기다려 봐, 손님! 나도 같이 갈게.”

 어느새 마녀 옷으로 환복을 마치고 대낫까지 챙겨온 잉그리드가 함께 가겠다며 말했다. 잠시 보이지 않는 동안 채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잠깐만. 지금까지 받은 도움만으로도 충분하오. 이제부터는 정말 위험할 테니 마음만 받아 가리다. 여기서 기다려주시구려.”

 “아니, 괜찮은 생각이야. 데려가도록 해. 생각보다 쓸만할 거야.”

 “웬일이야 라우라? 평소처럼 말리지 않고?”

 출진할 마음으로 한가득이었던 잉그리드도, 정작 라우라가 흔쾌히 허락해준 것에 의문을 품었다. 말리더라도 억지로 뚫고 지나갈 각오를 다진 상태였기에 약간 허탈하기도 했다.

 “우리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힘을 최대한 길러야 해. 어차피 오늘 장사는 텄으니까, 유나! 너도 특훈이다. 잉그리드가 복귀할 때까지 화염구 무한 반복이다!”

 “뭐어어!!! 그런 게 어딨어! 이 마녀!”

 “마녀 맞으니까 잔말 말고 지금부터 시작해!”

 “으아앙~ 에블린 언니…….”

 “미안해, 유나. 이번만큼은 나도 라우라와 같은 생각이야.”

 에블린도 쓴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자 유나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지팡이를 챙기러 올라갔다.

 “그렇게 됐으니까, 사양하지 말고 데리고 가.”

 “……고맙구려.”

 감사를 표한 시엘이 잉그리드와 함께 통로로 진입했다. 침식 수준이 서서히 상승해 몸이 찌릿하게 떨려왔다. 이면세계의 서늘한 감각을 물리치며 두 소녀가 앞으로 향했다.

***

 달려가던 소녀들은 침식체 무리를 몇 번 조우했지만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시엘이 지면을 부수고 던져가며 무리에 큰 피해를 주면, 잉그리드가 빠르게 움직여 잔당을 토막냈다. 시엘의 파워와 잉그리드의 스피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시엘이 멈춘 뒤 말했다.

 “낭자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소. 허나,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 할 것 같소. 혼자 오라는 말을 지키지 않으면 납치범이 무슨 짓을 할 지 알 수 없소.”

 “응…… 확실히 그렇겠네. 난 근처에서 기다릴 테니까 다녀와, 손님.”

 “시간이 지나도 본인이 돌아오지 않거든 곧바로 돌아가시구려. 낭자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지원이 필요할 것이오.”

 “알고 있어. 무작정 달려들기만 해선 안된다는 걸 얼마전에 배웠거든.”

 잉그리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며칠 전의 패배를 되새겼다. 다시 싸우게 된다면 그때처럼 무력하게 한 방에 나가 떨어지지는 않으리라. 그렇기 위해선 전투력뿐만 아니라 판단력도 길러야 했다. 자신보다 강한 시엘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도움을 청하러 가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잉그리드는 뛰어가는 시엘의 등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척을 숨겼다.

 한편, 시엘은 목표 지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디스의 추적에 따르면 옌의 휴대폰 전파는 납치범이 알려준 좌표 근처에서 끊어졌다고 했다. 그녀가 전원을 일부러 껐을 리는 없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봐야했다.

 몇 분 뒤, 침식체 무리에 둘러싸인 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가 한 쌍의 소도를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심도가 낮아서 그런지 대단한 녀석들은 아니었고, 옌도 그리 힘들지 않게 처리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무사한 듯했다.

 “옌! 구하러 왔소!”

 “시엘?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시엘! 저한테 오지 말고, 언덕 너머의 용병들을! 저자들이 계속 침식체를 유인하고 있어요!”

 “알겠소! 잠시만 더 버티시구려!”

 “문제 없어요!”

 옌은 그렇게 대답하며 계속 칼을 휘둘렀다. 실제로 여유가 있는 모양인지, 그녀는 지친 기색 하나 없었고, 땀도 거의 흘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한 시엘은 곧바로 옌이 가리킨 언덕으로 창을 쥔 채 달려갔다.

 “제길, 어떻게 벌써 온 거야! 막아, 막으라고!”

 “대, 대장, 어떡하죠? 지금 부르는 무리가 마지막입니다. 저년 완전 괴물이라고요! 혼자서 이 주변의 침식체를 싹 쓸어버렸어요!”

 “됐으니까 당장 남은 놈들 싹 다 불러 오라고! 이 개새끼…… 여자애 두 명 잡아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더니 이게 뭔 지랄이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내린 대장의 지시에 따라 용병들이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30마리 정도 되는 침식체들이 몰려와 언덕으로 향하던 시엘의 앞을 막았다. 그녀를 쓰러뜨릴 만큼 강한 개체는 없었지만 시간 벌이를 할 만큼은 충분한 숫자였다.

 시엘의 발이 잠시 묶인 사이, 용병들은 짐을 차에 싣고 퇴각할 준비를 했다. 침식체를 전부 처리한 시엘은 굳이 쫓으려 하지 않고 옌에게 달려갔다. 마침 옌도 섬멸을 끝내고 칼을 집어넣고 있었다.

 “옌! 다친 곳은 없소?”

 “네, 멀쩡해요. 그것보다도 빨리 저자들을 쫓아야 해요.”

 “처리하고 싶은 마음은 나도 같지만, 너무 위험하구려. 심도가 낮다고는 해도, 이미 상당히 오래머물렀소.”

 “저자들의 장비가 주변의 전파를 왜곡하고 있어요. 그걸 파괴하지 않으면 통신도 불가능하고, 탈출도 못해요.”

 그 말을 들은 시엘이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미카, 이디스와 연결되어 있던 통신이 어느새 끊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잉그리드와 만나기로 한 좌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면세계에서 방향이 제멋대로 바뀌는 일은 드문 일도 아니었기에, 사실상 복귀할 방법이 없다고 봐야했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기 전에, 용병들을 쫓을 수밖에 없었다. 용병들도 그것을 아는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녀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큭……! 일단 예비 이터니움부터 받으시오. 잠시 정비하고 바로 쫒는게 좋겠소.”

 “언제 이런 것까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온 건가요? 아직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카페 직원들의 도움을 좀 받았소. 자세한 것은 이동하면서 설명하리다.”

 정비를 마친 소녀들이 다시 용병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는 중에도 침식체 무리가 한 번씩 그녀들을 덮쳤다. 하지만 개체수가 상당히 줄었고, 시엘이 합류하기도 해서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용병들을 30미터 거리까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몰려든 침식체 무리를 모조리 도륙낸 소녀들은 자신들을 이곳으로 불러온 원흉들에게 다가갔다. 수수께끼의 용병들은 총을 겨누며 저지하려 했지만 소녀들은 손쉽게 쳐내거나 피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 썅년들아!”

 그 때, 용병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치며 손에 쥔 버튼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홀로그램 화면이 주변에 떠올랐다. 화면에서는 어떤 전시장의 CCTV를 해킹한 영상이 나왔는데, 금발머리를 곱게 묶고 걸어다니는 여자 아이들과, 아이들을 인솔하는 은발의 늘씬한 미녀가 보였다. 모두 소녀들이 잘 아는 얼굴이었다.

 “아카데미 초딩들이 여기로 현장학습을 갔다며? 내가 이 버튼을 누르거나, 내 심장이 멈추면, 전시장에 숨겨둔 폭탄이 쾅! 알아들었지?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당장 무기를 버려!”

 소녀들은 놀라며 다가가던 발을 멈추었다. 그녀들은 용병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속삭였다.

 “죽이지 않고 버튼만 빼앗을 수는 없을까요?”

 “거리가 너무 멀구려. 반드시 할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겠소이다. 저 스위치가 허세일 가능성은 없겠소?”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정도 기술력을 갖춘 자들입니다. 속단할 수가 없네요.”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소?”

 “뭘 쫑알쫑알거리는 거야! 내 말 못 들었어? 에잇!”

 용병 대장이 스위치를 한 번 꾹 하고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사람들이 주저앉거나 쓰러졌다. 전시장의 바닥과 벽에 금이 가며 흙먼지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며 소녀들이 크게 당황했다.

 “경고는 한 번 뿐이다! 다음엔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릴 거야!”

 소녀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말없이 무기를 바닥에 던졌다. 그녀들은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무기를 걷어차 먼 곳으로 보냈다.

 “원하는 대로 무장을 해제했습니다. 이제 당신도 스위치를 내려놓으시죠!”

 “내가 바보냐? 이걸 내려놓으면 바로 달려들 속셈이겠지! 헛소리 하지 말고, 당장 이걸 차!”

 용병 대장이 소리치며 수갑 네 개를 소녀들 쪽으로 던졌다. 소녀들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한 번 버튼에 엄지를 올리며 당장이라도 누르겠다는 듯이 위협하고 있었다. 소녀들은 어쩔 수 없이 수갑을 들어올렸다.

 그 때,

 “크아아아아악! 내, 내 팔이!!!!!”

 용병 대장이 세찬 비명을 질렀다. 스위치를 들고 있던 팔이 반대로 꺾여 있었고 어느새 스위치도 사라져 있었다.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확의 마녀, 시간의 바람을 타고 지금 막 도착!

 잉그리드가 한 손으로 스위치를 던졌다 받았다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낫을 어깨에 지고 멋진 대사를 외치고 있었다. 용병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빈틈을 놓치지 않은 옌과 시엘이 다시 무기를 주워 달려들었다. 용병들은 순식간에 제압되었고, 장비도 박살이 났다.

 “제길! 어떻게 들키지 않고 다가온 거야! 탐지 장치는 계속 가동하고 있었는데!”

 “알아, 범위는 대략 100미터 정도였지? 수확의 마녀의 탐지 마법을 얕보지 말라고! 범위 밖에서 순식간에 샤샤샥, 하고 달려왔지. 나, 100미터는 1초 안에 주파할 수 있거든?”

 “말도 안……!”

 용병 대장은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시엘이 뒷목을 쳐 기절시킨 것이었다.

***

 “저 꼬맹이…… 뭐가 마녀의 탐지 마법이냐! 내가 정확한 장비까지 전부 알려주고 범위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줬는데!”

 “훗, 어린애한테 그렇게 성내지 말게. 그리고 우리도 못 뚫은 방해 전파를 뚫고 신호를 보내준 건 확실히 마법이라고 부르지 못할 것도 없지 않겠나?”

 “쳇, 그 실력은 인정하고 있다고. 진짜로 화가 난 건 아니야. 그치만 왠지 내 활약을 아무도 모르고 넘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칙칙하고 수염 난 아저씨가 활약하는 걸 누가 보고싶어 하겠나. 그나저나, 배후는 확인할 수 있었나?”

 “물론이지. 내가 괜히 자타공인 ‘스마트 가이’라 불리는 게 아니라고. 타이밍이 너무 좋게 근처 좌표에 한 시간 뒤에 다이브하는 일정이 용병 네트워크에 등록됐어. 수상해서 뒤를 좀 캐 봤더니 이게 왠걸, ‘필그림’놈들하고 커넥션이 있더란 말이지.”

 “그거 자네 말고는 그렇게 부르는 사람 못 봤는데? 그나저나, 또 리플레이서의 잔당들인가……. 정말로 끝까지 사람을 귀찮게 하는구만. 아, 수고했네.”

 “그래서, 이번 보수는 얼마나 되는데?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쪽 부탁이라 위약금 물고 선약을 취소했다고. 그것까지 다 보상해 주겠지?”

 “……이번 일은, 개인적으로 받은 거라 미합중국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네.”

 “……뭐?”

 “그렇지만 우리 사이가 뭔가? 신뢰 빼면 시체 아니겠나? 하하하.”

 “하하, 그럼 그렇지. 이 친구, 그새 장난이 늘었…….”

 “오므라이스 두 그릇 주겠네.”

 “……뭐라고?”

 “후…… 이 친구 협상을 아주 잘 해. 어쩔 수 없지. 자네가 세 그릇 먹게. 더 이상은 나도 양보 못하네.”
 “야, 임마! 지금 겨우 밥 몇 그릇 얻어 먹자고 내가…….”

 철컥. 스마트 가이의 말을 미처 다 듣지 않고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

 “야 이 XXX야~~~~~~!!!!!!!!!”

 “어휴 참 사장님,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그나저나 오늘 채굴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월세 벌써 세 달이나 밀렸는데...... 제 월급도요.”

 “……몰라, 그냥 죽여줘…….”

 다행히, 몇 시간 뒤 리플레이서 수색 관련 업무를 지원했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웃돈까지 얹어서 받은 덕분에, 스마트 가이는 월세도 내고 월급도 줄 수 있었다고 한다.

***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하하, 별 거 아냐. 손님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학생들도 무사하다고 하오. 미카 낭자가 말하길, 영상은 해킹한 CCTV를 조작한 것이었고, 그래도 혹시 몰라서 시민들을 대피시킨 뒤 폭발물을 수색 중이라고 하는구려.”

 “휴, 정말 다행이네요.”

 소녀들은 사건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며 드디어 긴장을 풀었다. 방금 전 도착한 구조대가 납치범들을 포박해 함선에 태우고 있었다. 옌과 시엘도 함선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고, 잉그리드는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함선도 없이 갑자기 다이브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타고 왔던 함선을 타고 돌아간다는 핑계를 댄 것이었다.

 “그런데, 왜 약속대로 기다리지 않고 따라온 것이오? 덕분에 살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었소.”

 “처음엔 그럴 예정이었는데, 손님들이 이걸 잊고 갔거든.”

 잉그리드가 대답하며 예쁘게 포장된 디저트를 건네주었다. 서비스라고 챙겨준 것이었는데 상황이 급해 놔두고 간 것을 다시 가져온 것이었다. 잉그리드는 재주도 좋게, 그 난리통에서 케이크가 찌그러지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있었다.

 “네? 이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수고를…….”

 “하하, 농담이야. 라우라도 말했지만, 나도 싸우려고 왔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갈 생각이었어. 거기서 몰래 따라가겠다고 하면 손님이 날 의식해서 들통날 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거야. 속여서 미안해.”

 “그랬구려.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이라, 참으로 훌륭한 작전이었소.”

 “사과하지 마세요.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였답니다.”

 “이왕이면 마녀의 한 수라고 말해 주겠어?”

 ““”후훗, 하하하!”””

 소녀들이 나이에 어울리는 발랄한 웃음꽃을 피웠다. 한동안 그렇게 웃던 소녀들에게 승무원이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보자고!”

 “네, 이 은혜는 매장에서 갚을게요.”

 “또 보오, 점원 낭자.”

 옌과 시엘이 함선 입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문이 닫히고 함선이 이륙하는 것을 확인한 잉그리드도 등을 돌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얼마간을 달렸을까, 갑자기 털썩 하는 소리가 나 잉그리드는 고개를 돌렸다.

 “대체, 누구지?”

 여기저기 찢어진 가죽옷을 입은 검은 장발의 여자가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 잉그리드가 신상을 확인하려 곁으로 다가간 그 순간, 쓰러져 있던 여자가 눈을 번쩍 뜨더니 잉그리드의 손목을 힘껏 붙잡았다.

 “으아아아아악!!!”

***

1-2화부터 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