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만신창이가 된 몸을 지탱한다. 저 멀리 동천에서 비통에 찬 용의 포효가 해방을 갈구하듯 들려온다.
광기에 찬 장인이 진탕 속으로 떨어지는 걸 지켜보던 그녀는 넋이 나간 것처럼 그 옆을 지나간다.
「널 먼저 죽여야 하지만… 넌 다른 죄도 짊어져야 해, 영원히……」
그녀는 부러진 검을 용존에게 겨눈다.
「불가능해. 용의 군사들이 그러더군… 내 일족의 피, 내 선조의 혼으로 다른 용존을 만들겠다고. 모든 게… 이렇게 흘러가선 안 됐는데」
「널 희생시켜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면 난 기꺼이 그렇게 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 용의 역린이 있는 곳을 알려줘」
「두개골……」
반은 용의 형체를 한 흉물이 번개처럼 하늘을 누비다 해평선도 뒤덮을 거구로 부유섬 하나를 산산조각 내고 천 개의 검이 부딪히는 것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그녀는 자신의 단부가 펄펄 끓는 걸 느꼈다. 잘 익은 낟알이 껍질을 까고 나오려는 것처럼 팽창했다.
그녀는 또다시 어린 시절의 악몽에 갇힌 자신을 보았다. 불길한 별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하루살이는 발버둥 칠 힘도 없다.
여인은 치마폭에서 검은 비단을 죽 찢어 두 눈을 가렸다.
천둥 번개가 친다. 그녀는 검을 들고 뛰어올라 악룡에게 맞선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환각 속에서 그녀는 드디어 피와 살이 극한을 뛰어넘어 붕괴되는 걸 느꼈다. 현에 구속된 것처럼 사지는 팽팽히 당겨지고 그녀의 마지막 의식은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귓가에 울리는 한 마디.
「하늘의 별도 내가 베겠어」
상태 만신창이라는거보면 몰렸다가 각성해서 죽인게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