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워더링하이츠에서의 기행이 끝난 후의 어느 날,

이상이 갑자기 찾아왔다.


"...단테, 혹시 시간 좀 내주겠는가?"


《이상? 갑자기 무슨 일이야?》


"...심경이 매우 참담하여 그렇소."


《...워더링하이츠 지하의 그것 때문이구나.》


그럴만도 했다.


자신의 기술아래 자행된 그 끔찍한 광경,

그 주도자가 다름아닌 자신의 옛 친구라면

그 심정이 더더욱 복잡할것이다.


"아세아도, 구보 그 친구도 그렇고,

내 벗들이...어째서 그런 길을 향하여 나는지

나는 도저히 알지 못하겠소.

이해하려 하여도, 마음이 갈려나갈것만 같소.

거울...그것이 이 비극의 단초라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그러니 말해주게, 단테.

내 기술...거울은 정녕 있어선 안되었던 것인가?

거울이...마음을 잇는것이 아닌,

그저 갈아내 부술 뿐인 기술이었는가?"


마음 같아선 그렇지 않다고,

그럴리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그 거울로 인해 벌어진 워더링하이츠의 일들을

생각하니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넬리의 배신과 캐서린의 소멸...

그 모든게 거울에서 시작되었으니.

그 때였다.


"시계대가리? 샌님? 니네 거기서 뭐하냐?"


《어...그냥 상담 중이야.》


"그러냐? 뭐, 이유는 대충 알겠는데."


"..."


"이봐, 같잖은 오지랖인건 아는데...

난 거기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게

적어도 니 탓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애초에 그걸 그렇게 써먹은 개자식 때문이 아니겠냐.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잠시 방망이에 다시 새긴

글자를 보며 말했다.


"내가 내 모든 가능성을 보게됐던 그 때 안건데,

내가 어느 날개나 협회에 들어가든,

직급이 같든 다르든,

난 언제나 니들을 만나고 친해지더라고.

마치 마음이 이어져있는 것처럼.

아. N사건 빼자, 개같은거..."


《...히스클리프.》


"아무튼, 당장은 더없이 어긋난것 처럼 보여도.

진심을 다하고, 전하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어질 수 있을거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믿으며 살려고."


"..."


"그리고, 식구 좋다는게 뭐겠냐 임마.

꿍해져 있지만 말고 가끔은 이렇게 털어놔,

들어는 드릴게."


《히스클리프의 말대로일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혼자서 너무 마음을 갈아내진 않았으면

좋겠어.》


광을 내도록 갈려진 마음의 고통을

전부 알아줄 순 없을지라도,

그 마음이 조각나지 않게 이어줄 순 있을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이어서.


"어긋나도...이어질 수 있다라..

분명...그렇겠구료.

고맙소 단테, 그리고 히스클리프.

벗들에게 신세를 졌구료."


《뭐, 난 관리자니까.

할 일이기도 하고.》


"근데 니가 왜 뿌듯해하냐?

사실상 내가 다 했는데."


《그런가?》


그러는 사이 이상의 표정은 한결 편해보였다.


"이만 개인실로 돌아가야겠소,

내일 거울던전으로 향하려면

서둘러 거울을 점검해두어야 할테니."


《그래, 오늘은 푹 쉬어.》


이상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개인실로 향했다.




다음 날.



《그치만 거의 모든 덱에 쓸수있는

네 약지 인격이 나왔다고!

심지어 정가가 가능하지!

머뭇거릴 틈이 없다!》


"...마음이 아니라, 몸을 갈아내겠단 뜻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