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나왔는데, 남편이 아직 자고 있었다.

원래 내가 씻고 나올 즈음이면 일어나서

이불 개고 있는게 늘상 보이던 광경이었는데.

뭔가 이질감이 있어 한번 얼굴에 손을 대보니 느낀 건

절대 정상적이지 않은 열기였다.


체온계를 남편의 귀에 넣고 온도를 재봤다.

38.7

아무래도 좆됐다 싶어 일단 회사엔 상황을 설명해두고,

남편은 병가를 써뒀다.


같은 회사에 입사해서 다행이라고 느껴진 순간이었다.


아무튼 일단 원인을 살짝 파악해보니

어제 비가 오면서 기온이 ㅈ같이 내려갔는데


반팔 반바지를 입고 가져온 접이식 우산은 하나는 분실,

하나는 임산부는 감기걸리믄 안돼 하면서

나 비 안맞게 한다고 지는 비 다 맞으면서 나한테 씌워주는


너무 안일했던 사고방식이랑,


휴일 보장을 위해 최근 회사에서 업무량이 느는 바람에 상습 야근까지...


아무튼 병원을 보내려고는 해도 아침 5시 40분에 문을 연 병원도 없고

마땅한 대책이 응급실밖엔 없었는데 그때 남편이 겨우 깼다.

그런데 평소에 아파도 타이레놀은 진짜 심각할 때만 먹겠다던 사람이

일어나서 하는 말이 "자기야 나 타이레놀 좀..." 이거였기에

두통이 좀 심한 것 같긴 한데 일단 의식은 차렸으니

일단 밥좀 먹이고 해열제랑 진통소염제 써서 보내자는

결론이 나옴.


일단 뭐라도 먹여야 하니 햇반이랑 물 넣고 끓여서 급하게

흰죽이라도 빠르게 만들어서 약 먹어야 하니 먹으라고 했다.


그러니까 일단 죽 먹으면서 병가 내고 한거 상황설명하고 일단 응급실부터 가자고 하니까


원래 요리라곤 아예 못하던 사람이 흰죽 끓여줄 생각도 하고

자기 집안일도 못해서 본인이 메이드까지 해줬었는데 병간호 해주겠다고 나서서

엄청 감동받았다고 하고는 약 먹고 응급실 가서 링거 맞다가

나는 출근시간 되서 출근하긴 했는데


나중에 남편한테 들은 걸로는 과로로 몸 작살나고

거기다 비까지 크리티컬을 맞아서 그지경이 됐다는 말을 들으니까


진짜 시간 외 근무는 자제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진짜 아팠을때 약간 지켜주고 싶고 귀여워 보이긴 하는데

아프진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