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앞서

본 장붕이는 업계 종사자도 관련자도 아닌 본인을 고죠 사토루인 줄 아는 정신병자임으로 이후 내용은 전부 픽션이며, 실제 사건/업체/창작물 등과 일치하는 내용이 있다면 전부 우연의 일치입니다.


우선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애기 장붕이들을 위해

맨 처음부터 결론을 박아버리자면

"그런거 아니다 ㅋㅋ"



이 말을 들은 장붕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고죠 사토루 그럼 이 앰흑년들은 뭔가요? 이 니거들이 캐스팅되는게 PC가 아니면 뭐죠? 줄리엣은 이탈리아계 백인이나 라틴 계열이어야 고증이고 헤르미온느는 '하얀 얼굴이' 같은 서술도 있고..."




갈! 범부 사토루는 나쁜 말을 용납하지 않아욧!


그리고 만약 저런 캐스팅이 PC라면



이봐...알려줘....

일본인은 물론 에스파냐인과 예수까지 꼬레안로 캐스팅하는 한국 뮤지컬은 대체 얼마나 PC한거지?


젠더프리 연극은?

이건 아예 여배우가 남자 배역을 맡거나 남배우가 여자 배역을 맡기도 한다.

그냥 페미들의 일부 사례라고?


(아아 또 당신입니까 지크슈....)


뮤지컬 광화문연가 같은 경우엔 같은 배역에 남자 배우인 김호영과 김성규 뿐만 아니라 차지연도 캐스팅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아예 성경 기반이긴 해도 엄연히 역사 속 실존인물인 헤롯 왕에 여배우 김영주까지 캐스팅하기도 했다.

당연히 말석까지 6만원 받아쳐먹는 머기업 뮤지컬이다.



왜일까? 왜 이럴까?

연극계는 이미 페미&586들이 점령해서?

음...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연극이니까.

연극은 자유로우니까.


일단 연극은 배우에게 상당한 부담이 가해지는 예술이다.


영화는 사실 촬영 한 번 빡세게 조지면 그 뒤는 배우가 딱히 뭘 할 것도 없다. 상업 영화면 마케팅이나 무대 인사 좀 하고 말겠지만, 프로덕션 자체에서 배우가 무언갈 할 일은 거의 없다. 재촬영 일정 잡히면 시발시발거리면서 스케줄 고치겠지만

그러나 연극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연이면 일단 전부 출근해서 공연을 해야한다. 짧지 않냐고? 대본 리딩, 기깎기, 리허설, 분장 리허설, 조명 리허설...소극장 단편 뮤지컬 하나 해도 제대로 하면 6개월도 매달려야 한다. 특히 공연 한두달 전에는 리허설 크런치 모드에 들어가는데, 이때는 그냥 극장에서 먹고 잔다고 보면 된다. 좀 규모가 있는 극이라서 순회공연을 다닌다? 너도 천안 가자면 천안 가고 부산 가자면 부산 가고 제주 가자면 제주 가야한다.

게다가 영화는 NG나면 컷하고 욕 좀 먹고 다시 찍으면 끝이다. 하지만 연극 무대 위에서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다. 애드리브라도 쳐서 만회하는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거기서 얼타다가 전체 흐름이 다 망가졌다? 축하한다. 넌 좆됐다. 그냥 개씨발좆된거다.

그리고 영화는 니가 연기를 좀 못해도 카메라 무빙...특수효과...편집 매직....가릴 수 있는 수단이 많다. 하지만 연극은 무대 위에 올라오면 너 혼자 알아서 해야한다. 조명 잘 쳐주면 됐지 뭘 더 해달라고 무대도 돌려줘?


그리고 이것 이외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튼 그렇기에 배우에게 있어서 연극은 영화보다 어려우면서, 그로 인해 더 격이 높게 여겨진다. 노래와 춤까지 익혀야하는 뮤지컬이면 더할 나위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판은 좀 더 실력지상주의 적인 면도 있고, 그렇기에 캐스팅에서 이미지는 조금은 밀리는 경향이 있다. 가령 미국에서 셰익스피어 각본으로 극을 올린다/영화를 찍는다고 치면, 영화는 진짜 영국인들을 불러와서 찍는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걍 돈 쥐여주고 캐스팅 해오면 된다. 하지만 연극은 다르다. 미국 브로드웨이라고 해도, 미국에 체류 중인 영국배우가 아닌 이상 그 비싼 비행기 태워서 공연 출퇴근을 시키는건 불가능하다. 당장 공중에서 버리는 시간만 몇 시간인데 그걸 몇 백 번을 해야한다. 

그리고 실력이 좋으면 당연히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원래 안가린다. 

당장 할 수 있는 사람 구하는게 더 빡세다. 뮤지컬이면 그나마 넘버의 음역대 때문에 남녀 정도는 구분하겠지만 그마저도 위에서 얘기했듯 연출자가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아니 그럼 위 사례에선 영국이든 미국이든 백인 배우 널렸는데 왜 못생긴 흑인을 캐스팅하나요? 외모는 봐야하는거 아님?"



이제 말할라니까 좀 진득하게 있어봐라

일단 외모를 안보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데, 사실 얼굴 보는 연출자나 싱크로율 보는 연출자도 많다.

하지만 안봐도 문제는 없다. 왜?

조금 과하게 축약하자면, 연극은 리얼리즘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다음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영화판 한 장면이다. 참고로 그 유명한 겟세마네 넘버의 장면이다.


보면 알겠지만 진짜 언덕 위에서 찍고있다. 진짜 겟세마네 동산인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럼 같은 캐스팅, 같은 배우의 연극 버전을 볼까


빈 무대에 조명 하나 켜놓고 저러고 있다.


다른 버전의 공연도 볼까. 벤 포스터 버전이다.

잘 안보이겠지만 계단식 무대다.

언덕이란걸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무대겠지만, 그래봐야 무대장치이다.


이렇듯 연극은 다양한 "약속"이란 뼈대 위에 존재한다.

그냥 관객들은 저기가 겟세마네 동산이란걸 믿기로 한거다.

당연히 무대에 동산을 들고올 순 없으니까.

무대장치로 동산을 꾸밀순 있어도 그래봐야 판자 쪼가리. 관객이 믿어주지 않으면, 연출자가 설득하지 못하면 그냥 나무 판자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연극은 영화와 달리 좀 더 자유롭다. 나무 판자면 어떤가. 조명일 뿐이면 어떤가. 관객들이 믿어준다면 판자는 거대한 성이 되고 조명은 밤하늘의 별이 되는데.

캐스팅 역시 그런 문제로 보면 쉽다.

저 배우가 어디 출신이고 어떻게 생겼고 성별은 뭐고...그런건 너희들끼리 가지고 놀면 되는거야

우린 그렇게 믿기로 한거다...


게다가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지만 연극은 배우의 예술.

그렇기에 배우마다 다른 해석을 하고, 피지컬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같은 배역을 보고 다른 해석을 하면서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 것 역시 연극의 중요 관전 포인트다. 즉,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줄 수 있으면 누구든 캐스팅 할 수 있다.

영화는 리메이크 정도를 제외하면 기존 각본을 다른 영화에서도 사용하진 않지만, 연극은 안톤 체호프(좆같은 갈매기)나 윌리엄 셰익스피어 같은 고전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각본을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

연출자의 의도...배우의 해석...다양한 발상...

자유로울지니....


연극을 평소에 즐기지 않았다면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얘기지만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횡설수설했지만 결론은 

연극은 원래 지좆대로 뽑는거다. 영화와 같은 잣대로 연극의 캐스팅을 보니 이해를 못하는거다.

라고 볼 수 있겠다.



+)

혹시나 그래도 흑인만 뽑아준다고 야랄할 사람들 잏을까봐 미리 적어둔다.


이 양반은 흑인이라서 레 미제라블 뽑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