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는 잘 알다시피 옛날 옛적에 묻힌 탄소를 꺼내서 태우는 방식임.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것이고 요놈들이 온실 효과를 일으킴.

그래서 요즘 탄소 중립을 외치시는 분들이 있지.


탄소 중립이라는 것은 꼭 이산화탄소를 안 만들겠다는 얘기는 아님.

예를 들어서, 벼 농사를 지어서 밥을 먹고 산다면 그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지는 않음.

사람이 농사 짓는 동안, 벼가 광합성하는 동안 탄수화물이 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배출하는 사이클이기 때문임.


그렇다면 우리가 쓸 연료를 마찬가지로 식물로 키울 수 있다면 되는 것.

그런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 옥수수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에탄올임.

하지만 엄연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연료로 태운다는 점에서 골치가 아파짐.




지구 상에 굶어 죽는 사람도 많은데 옥수수를 연료로 태운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온 모양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생각보다 일관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문제임.


일단 우리가 육류를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곡물을 대단히 많이 쓰는 일임.

쌀만 먹고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육류를 소비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령 기호에 따라 소고기를 섭취한다면 곡물과 육류의 교환비가 상당히 나쁨.

우리는 이미 기호품을 위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는데,

다른 기호품을 위해 바이오 에탄올을 태우는 것만 문제 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음.

어쩌면 먹을 것을 "태운다"는 행위 자체가 비쥬얼이 많이 안 좋아서 그런가?


이 문제를 일반화하자면,
1. A에게는 기호품과 맞바꾸는 재료인데
2. B에게는 이게 생존 레벨에서 중요하고
3. A가 재료를 많이 사서 쓰면 가격이 올라서 B가 고통받는

상황임.

이렇게 보면 A더러 B를 가리키며 "굳이 그렇게까지 사치를 부려야해?"라고 말하고 싶어지긴 함.
하지만 일단 이런 상황 자체가 아주 아주 아주 흔함.

그 흔한 경우들을 하나씩 없애다 보면 우리는 평등하게 쌀만 먹고 살아야겠지...

대표적으로 술도 곡물로 만든다.
꼭 곡물로 만들지 않는 술이더라도,

가령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밭이 커지면 녹말이 생산되는 농경지는 자연히 줄어들음.
이게 로마 시대부터 있던 오래된 문제인건지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포도 작작 키우라고 명령까지 한 모양임.


누군가에게 아쉬운 한 끼를 연료로 태우고 있자니 뭔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술도 고기도 없이 녹말만 먹고 살아야하는 기계냐 하면 그것도 당연히 아님.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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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재하겠다고 해놓고 일주일이 이렇게 후딱 지나갈 줄은 몰랐는데,
책 보다가 뭔가 모순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재라서 가져와봤어.




[참고 자료]
탄소 문명 - 사토 켄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