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부터 온 몸을 찢어놓을 것 같은 이 웃음이 잦아들지 않는다.
아니, 이 몸은 이미 웃음이다.
기어이 불이 붙어 터져나온 갈가리 찢긴 웃음이구나.
이것을 흠집이라 여겼던 지난 날의 나는 수치스럽기도 하지.
풀어헤치면 그저 좋을 것을, 꽁꽁 싸매고 낫게 하겠다는 모습이.
어떻게 해서도 안 되니까 누구라도 잡아 붙들고서 도움을 청하는 모습까지도.
그것조차도 바보같아.
애써 두른 광채가 시선을 사로잡으니 그 작던 티끌을 알아볼 수 있는 이는 없고,
볼 수도 없는 것을 이해하고 조언을 줄 수도, 하다못해 모르는 셈 치고 손댈 수 있는 이도 없었지.
어리석기 그지없는 지난 날의 결실이었지만 뭐, 열심이긴 했었잖아.
나머지는 그 한심한 노력에도 못 미치는 무지렁이들이었지.
아아, 이윽고 내 안에서 불꽃이 크게 피어나던 날을 기억해.
지난 날의 내가 애써 일궈놓은 반짝임을 허무하리만큼 무너뜨리면서.
그런 내가 아프게만 보였던 걸까? 나는 이토록 상쾌한 기분이었는데.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구나.
동경과 선망이 어려 있던 눈빛을 간단히도 뒤집어서는,
감히 연민과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오던 너희는 참으로 불쾌했지.
그래도 참 다행이지 뭐니. 그런 너희 무지렁이들에게도 하나같이 봐줄만한 구석은 있더구나.
가장 절박한 순간에,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것들이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 때.
이내 발버둥마저 멈춘 아이들을 내 손으로 까맣게 물들일때면.
아아, 울부짖지도 못하고 연기만 곧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퍽 사랑스러워라.
많은 아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던 그 표정들도 기억나.
이 몸은 이미 푸석하게 으스러진 허물인 것을, 다시 뭉개놓으면 뭐라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어리석은 기대가 허물어져가는 그 순간들의 모습이 참 재미있었지.
힘센 아이는 힘으로 어떻게 되지 않는 걸 보고도,
어떻게든 힘으로만 해 보려고 하다가 지쳐 쓰러졌지.
솔직히, 그렇게 빨리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야.
울며 달아나던 날쌘 아이를 따라잡는 건 조금 오래 걸렸어.
그래도 쫓아가는 길도 지루한 건 아니었지.
그러다보니 어느새 바닥에 쓰러져 있더라고.
똑똑하게 보였던 아이도, 약삭바른 아이도, 벌벌 떨다가 울음을 다했지.
아, 지금 생각해보면, 유리로 만든 가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도 같아.
부서지는 모양도 볼 만 하고, 달궈져서 녹아내리는 모습도 그럴싸 했으니까.
그런가 하면, 그 아이는 손에 꼽게 까다로웠지.
그 날 이후로는 틀어박혀서 줄창 연습에만 전념하는 것 같더라니.
하, 설마했는데 내가 다 눈길을 빼앗길 뻔 했지 뭐람.
그래도 결국에는 그 아이도 까맣게 타버렸어. 시간이 오래 걸린 보람이 있었지.
아아, 사랑스럽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이 세상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무지하고, 오만하고, 무력하고, 무가치한,
한때는 가증스러웠던 너희가 바스러지는 모습이 유쾌하다.
"..소녀는..."
...이거 참. 뜻밖의 손님이 다 있구나.
분명 한 번은 태워버렸다고 생각은 했건만.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손맛이 영 께림칙하긴 했구나.
어쩌면 내가 태운 것을 잘못 헤아렸던 것은 아닐까.
어찌 되었든 너는 고고하게도 다시 내 앞에 섰구나.
"...이렇게 되길 바란 것은 아니었사와요."
문득 생각한다.
내가 이것을 상처라 여기고 아파했던, 이제 와서는 어리석게만 여겨지는 지난 날.
너라면, 내가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어떻게든 나를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나는 그저,
"네가 까맣게 타버렸으면 좋겠어."
그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불타는 하늘.
비단 노을빛을 은유한 것만이 아닌 광경.
구름을 가장하는 것은 쓰디쓴 연기이며, 땅 위에는 검게 그을린 덩어리들이 만연하다.
호수조차 진흙 따위만이 담겨있고, 거리에는 새까만 오체들이 구르지도 못하는 채 굴러다닌다.
죽음은 물론이고 지쳐 쓰러진다는 것조차 모르고 개의치 않는 듯 하면서,
고통 어린 칠흑으로 뒤덮어오는 광기 어린 사룡을 모두가 두려워만 한다.
자신하던 무엇을 내놓는다 한들, 사룡은 매정하게도 기어들어 영혼에 광염을 지진다.
이윽고 웅장하던 세계수조차 불길과 연기에 휩싸여 타들어가던 그 날.
목표 잃은 복수의 칼날을 거머쥐고, 고결한 용은 맞선다.
한때는 야심을 감추고도 무심코 우러러 보았던, 아름다웠던 용의 말로에.
초안을 놓고 대여섯 번은 재구축하며 며칠을 앓아 싸매다보니, 결과물이 곧 너덜한 탄화물.
떠올렸던 소재는 '탄소 동소체'.
완벽함 속에 있어 손댈 수 있는 이도 없는 흠결과, 연소의 곁에 얼룩져 눌어붙은 그을음.
폐기된 초안 중에는 세계수의 재 따위로 인해 정상적인 다야와 대면하는 것도,
어쩐지 리츠가 휘말려 올바른 노력 따위에 대해 논하고 쟁하는 것도 있었음.
어찌 되었든 결과물은, 다이아몬드는 가공하기 어렵다는 것 하나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