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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닿지 않는 별조차도 이제는 움켜쥐고




헨미가 카즈키 일행을 배웅한 직후, 평온했던 사방학원의 등굣길은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전형적인 검은색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또 하나의 전형적인 영애는 우아한 몸놀림으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녀를 따르는 시종 소녀도 여유로운 몸놀림으로 스스로 열어놓은 문을 닫는다.




헨미 "뭐, 뭐야?"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교문 앞이 시끌벅적해지면서 모두들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에리 "아사미야입니다. 오늘부터 전학 온다고 하네요..."




옆에서 계속 헨미의 모습을 지켜보던 에리가 그 모습을 보고 도움을 주었다.


겸손하면서도 확실하게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그 태도는 지금까지의 에리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헨미 "아사미야...아사미야...그 아사미야?"




세상사에 문외한인 헨미라도 그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쨌든 당시 총리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내각총리대신, 아사미야 요시노.




파벌의 균형을 통한 줄다리기와 전임 총리가 두 명이나 연달아 불미스러운 일로 사임한 덕분에 차례가 왔다고는 하지만, 40대의 젊은 나이에 총리 자리에 오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얼굴도 단정하고 기품 있는 미인이고, 중년 여성에 별 관심이 없는 촌놈도 TV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정장 차림새에 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장 스커트를 돋보이게 하는 통통한 순산형 엉덩이는 어린 소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에로티시즘이 있어 헨미의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 여자의 딸인가! 후히히히히!


그건 꼭 한번 맛보아야지!'




소녀는 우아하게 다른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걸어온다.




아사미야 시호.


작은 체구이지만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통통한 몸매에 청초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긴 머리가 화려함을 돋보이게 한다.


그야말로 상류층 아가씨다.


음악학교라는 명분으로 부잣집 아들들을 많이 받아들여 온 사방학원에서도 그녀만큼 완성된 '공주님'을 본 적이 없다.




'료코에게 학교 안내라도 시켜서 덮치도록 만들까........


린이나 사치에게 친구인 척하며 사이좋게 되어서 타락시킬까......


카나메나 임원들을 학생회에 불러들여 철저히 지도하게 할까.......


후히히히히! 충실한 변기노예가 가득 차면, 손에 든 패를 마음대로 골라먹기가 아닌가!


점심시간에는 저 포동포동한 몸매를 맛볼 수 있을지도 몰라!


후히히히히히!'




헨미 "읏!"




그때였다.


무섭도록 냉랭한 시선에 헨미의 등골이 얼어붙는 듯이 움츠러든 것은 그때였다.




레이카나 교장인 나카야 사츠키의 날카로운 시선이나 일부 학생들의 경멸의 시선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살의가 숨겨져 있는 눈빛은 소심한 그의 심기를 충분히 떨게 했다.




'이, 이 녀석은...!'




아사미야 시호의 곁에 바짝 붙어 서서 그녀의 주변을 항상 살피고 있는 소녀.




나루타키 츠바키.




나루타키 사토루의 연하의 여동생으로, 헨미에게는 운명의 적이다.




'너, 너만 없었더라면...!'




얼굴만 보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2년 전, 다른 학교에서 강사로 일하던 헨미는 학생을 도촬했다는 혐의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헨미는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조용히 있을 것 같은 얌전한 아이들만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근처 학교에 다니고 있던 츠바키에게 헨미가 의심스럽다고 상담했다.




츠바키는 나루타키의 여동생이자 '마을' 출신이라 예전부터 헨미의 행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촬은 헨미의 소행이라고.


그리고 일부러 교장의 허락을 받아 학교에 잠입해 헨미의 범죄를 들춰냈다.


헨미는 구차하게도 교장과 피해 여학생에게 무릎을 꿇고 촬영한 자료를 카메라까지 모두 파기함으로써 경찰의 추궁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사직서도 쓰게 되었다.




그 때 함께 있던 츠바키의 차가운 살의를 담은 경멸의 시선을 헨미는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굴욕적인 장면에서 불쑥불쑥 솟구쳐 올라오는 감정도.




'후히히히히! 잘 왔다.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년!


이번엔 너에게도 엄청나게 굴욕적인 도게자를 꿇게 해 줄게!'




츠바키는 시호의 바로 뒤에서 헨미의 옆을 지나갔다.


곁눈질로도 살기를 뿜어내는 그녀에게서 '아사미야 시호에게 접근시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번엔 그 여자를 지키겠다는 건가!


하지만... 네가 할 수 있을까?


히히히! 결정했어!


그 여자를 네 눈앞에서 범해 주마!


네가 지켜야 할 여자가 능욕을 당했을 때의 너의 분한 표정은... 몹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겠지!


후히히히힛!'




그렇게 츠바키와 시호가 학교 건물로 사라진 후에도 헨미의 망상은 점점 커져만 간다.




'방과 후의 과학 준비실이다. 석양에 비친 너의 보기 흉한 얼굴이 잘 보여!'




시호 "츠바키, 당신이 믿음직 하지 않은 덕분에 저는... 봐봐요♪


주인님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응히이....아앙♪"




츠바키 "아아.......아가씨......."




팔다리가 쇠사슬로 묶여 매달려 있는 츠바키 앞에, 나는 보여주기 식으로 들박하고 는 시호를 안고 데려온다.


마음껏 웃으며 아헤가오 더블 피스를 하면서 헨미의 고기 막대를 받아들이는 시호와 대조적으로, 츠바키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넋을 잃는다.




'후히히, 이거다! 이게 보고싶다!'




시호 "감사♪ 감사하와요♪ 무능한 츠바키♪


좀 더 봐 줘, 내 암컷 변기가 엉망진창으로 음란한 소리를 내고 있잖아♪


너무 기분 좋아서 애액이 멈추지 않아요♪


마치, 오줌을 싸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절규하는 시호의 사타구니에서 튀어나온 애액이 츠바키의 얼굴을 더럽힌다.




'후힛! 좋아!


이대로 얼굴에 오줌을 싸게 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초라하고 굴욕적일 것 같다!'




츠바키 "그, 그런...아가씨께서 망가져 간다..."




헨미 "그래! 네가 너무 칠칠맞아서 말이야!


후햐햐햐햐햐!"




피식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헨미에게 교문을 지나가는 일반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분위기가 싸해지고 있었다.




'주, 주인님... 이러면 의심받아서......!'




방금 전 레이카의 뺨에 뽀뽀를 받고도 안절부절못하던 에리는 또다시 불안해한다.




에리는 헨미에게 직접 조련을 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룻밤 동안 제자들을 조련하는 헨미의 남성적인 모습을 보고, 사랑 고백을 하는 사치에 공감하면서 이미 헨미에게 진심으로 복종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정작 헨미에게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사실 지금 당장 '주인님,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싶지만, 노예로서 주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상식'이 가로막는다.




그래서 이렇게 나란히 나란히 있어도 에리는 헨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헨미가 망상에 빠져서 한창 흥분해 있는데, 끼어드는 것도 무례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지금 입을 열면 달콤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인님에게 폐를 끼칠 것이다.


그것은 에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결국 에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울리지 않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교문 앞은 학생을 제쳐두고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진 두 교사의 독무대가 되어 있었다.




요코 "두 사람 다 뭐하는 거야?"




헨미 "에?"




에리 "사라에...님! 벌써 도착을!"




여자의 고압적인 말투에 헨미는 망상이 중단되어 불순하게 고개를 돌렸지만, 에리는 그 인물을 알아차리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이 녀석도....... 낯익은 얼굴이다.


이 건방진 태도... 그러고 보니...'




헨미는 눈앞에서 팔짱을 끼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던 은발의 여학생을 떠올렸다.


지금은 안경을 쓰고 있어서 예전과는 약간 인상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을'의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지만, 말단 전투원도 아닌 헨미가 가까이 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라에 요코.




간사이에서 활동하는 '마을'의 멤버들을 하나로 묶는 육인중, 사라에 가문의 필 후계자이자 병약한 현 당주를 대신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지휘를 맡고 있는 재원이다.




요코 "신도 이사장님께 급히 전해야 할 일이 있어.


이사장실까지 안내해 줄 수 있겠어?"




거부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단순히 사람을 따르게 만드는 위엄이 있다.


위에 서는 것이 당연한 인종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만든다.




하지만 물론, 그런 그녀를 헨미는 좋아하지 않았다.




'겨우 학생인 주제에 고상하게 굴지 말라고!


조금만 집안이 잘났다고 해서... 나한테 지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에리 "지, 지금 당장! 이쪽으로!"




에리는 헨미가 더 이상 말하기 전에 주인을 지키기 위해 급한 마음에 요코를 호위했다.




호전적인 요코에게 싸움을 걸면 헨미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비굴하게 몸을 내민 모양새다.


아양을 떠는 애노예는 떠나면서 주인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칭찬받기 위해 조심스럽게 눈빛을 보냈다.




'이 녀석도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나 보구나.


뭐, 괜찮아! 지금부터 봐두면 된다!'




헨미는 에리가 항학충에 기생되어 이미 헨미의 노예가 되어 버렸지만, 그 사실은 헨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항학충에도 개체차가 있어 주인인 헨미조차도 발견하기 어려운 유형도 있다.




에리는 헨미에게 변명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를 떠났다.




'저 교만한 여자를 망가뜨리기 위해서는... 그래, 맞아!'



헨미의 머릿속에는 오늘 아침 새벽에 보았던 학생회 전원의 엉덩이 흔들기 춤이 떠올랐다.


적극적으로 엉덩이를 흔드는 양쪽에 부추겨져 부끄러워하던 그 여자애다.




모리야 미나미.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마을'의 정점인 모리야 쿄카의 딸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에서의 권력 관계는 절대적이다.


아무리 건방진 요코라도 그 모리야의 '주인'인 헨미에겐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후히히히! 그래! 사라에의 암퇘지는 나를 노려보면서도 학생회장 변기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지!'




미나미 "주눅 들지 마.


네가 어린애 같은 짓을 하면 내 품위가 의심받을 거야."




요코 "큭..."




알몸으로 손을 땅에 대고 자존심은 버리지 않겠다는 듯이 마지막 저항으로 고개를 들어 미나미를 노려보는 요코.


항상 어른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 표정도 분해서인지 상당히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헨미 "후히히히히, 알몸도게자라니 품위도 뭣도 없는 거냐?"




미나미 "물론입니다. 주인님의 변기 노예는 품격이 갖추어져 있어야 마땅하니까요.


설치된 변기에 JIS 규격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면 불량품이나 다름없어요♪"




헨미 "후히히히, JIS 규격!


변기에 있으니 노예에도 있겠지!


후햐햐햐햐!


역시 철두철미한 아가씨는 재밌는 말을 한다."




헨미는 진심으로 웃겼다.


순수한 아가씨들이 자신들을 공산품과 동급으로 여기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말이다.




미나미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자, 요코도 알았을까?


불량품으로 폐기되고 싶지 않다면 완벽하게 해내야지."




타고난 기품에, 실수에 대한 냉정함이 더해져 요코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한다.




요코 "이, 이 내가... 이 사라에 요코가..."




삼류 악당의 단말마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요코는 고개를 숙여 이마를 땅바닥에 문지른다.




미나미 "자, 말 좀 해봐.


제대로 된 변기 노예임을 증명해.


버림받지 않도록."




요코 "거, 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귀찮게 하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까... 제발!


다른 변기 노예 선배님들처럼 정액 배설에... 일회용으로 사용해 주세요!




미나미 "잘하네♪ 하면 할 수 있잖아♪"




미나가 요코의 엎드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요코는 얼마나 기뻤는지 오줌이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했다.




'기뻐서 나오는 오줌'이라고 하는 녀석일 것이다.




평소 같으면 "변기인데 오줌을 싸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라고 욕을 했을 지만, 지금은 너무 재미있어서 그대로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게자를 그만두지 않는 꼴불견은 헨미를 매우 만족스럽게 했다....




'후히히히! 이게 평소 나의 망상인가?


아니, 아니야! 그는 더 이상 손이 닿지 않는 별 같은 암컷이 아니다!


바로 거기서... 움켜쥘 수 있는 조그마한 날벌레인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후히히히히!'




헨미는 교문 앞에서 다시 한 번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한심한 변태를 보듯 발걸음을 재촉하며 옆을 지나가는 일반 학생들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이 이 변태 교사를 '주인님'이라 부르며 존경하는 미래가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방학원이라는 우리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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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 "안녕하세요, 이모님.


자, 중대한 상황이야."




사라에 요코는 이사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사장인 신토 미사오에게 다짜고짜 따지고 달려들었다.




원래는 전학생에 불과한 그녀가 이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마을'의 권력관계가 드러난 것일 뿐이었다.




'마을'의 최고위층인 육인중의 일원이자 사라에가의 차기 당주인 요코와 모리야의 분가인 신토가의 미사오와는 격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간사이 일대의 무녀들을 관리하고 이끄는 요코의 통솔력은 정치에 몰두해 '마을'에 가까이 가지 않는 모리야 쿄카보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언동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쾌한 요코의 오만함에 방심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요코 "이렇게 일찍 와서 미안하지만,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해야겠어.


잘 들어. 괜찮다면 심호흡이라도 하고 진정하고 나서 듣는 게 좋을거야."




미사오 "...걱정하지 마시고."




'여전히 사람을 우습게 보는... 까부는 여자야.'




미사오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카야 사츠키는 여전히 요코의 말투에 화가 났다.




가문의 상하관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무녀로서 수많은 전투를 치른 미사오에게 "마음의 준비는 괜찮아?"라고 묻는 것은 얕잡아보는 듯한 말투다.




물론, 사츠키가 바로 끼어들지 않는 것은 미사오의 체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코가 예전부터 그런 성격의 여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




요코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이쪽으로 향하던 무녀 일행이 집결지인 교토에서 인간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발이 묶여버렸어요.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내일의 결전까지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미사오 "인간이 습격?


요마가 인간과 결사대를 결성한다고?"




미사오의 놀라움은 당연했다.


지금까지 요마는 사람을 죽이거나 납치하는 일은 있어도 인간과 결탁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인간과 친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을 이용하는 마르바 같은 요괴들조차도 대부분 개인적으로만 어울린다.


집단으로 뭉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요마들이 여기 와서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요코 "이번엔 저 녀석들도 진심이라는 뜻이겠지.


모리야가 총리까지 내세워 중앙정부를 회유해도 말단 테러집단을 놓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거지.


모리야의 교만이 이 사태를 불러온 거지."




미사오 "그럼 다른 무녀들도?"




요코 "당연하지. 아직 보고는 안 했어.


여기엔 더 이상 아무도 못 온다고 생각해도 돼요."




요코가 유창하게 말하는 말 하나하나가 절망을 불러일으킨다.


무서운 이야기다. 앞으로 요마 떼가 몰려올 것이 분명한데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동료들은 이곳에 올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을"에 있는 무녀는 150명 정도.


3년 전 전쟁 때 5000마리의 요괴가 몰려들었을 때의 10분의 1 정도다.


개개인의 힘의 차이는 있지만, 수적으로 압도당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미사오 "그럼 적의 총수는?


지금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알려주세요."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적의 규모다.


적의 수에 따라 공격할 수 있는 수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코 "듣고 싶어? 엄청나다구.


심호흡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미사오 "...그렇더라도 각오를 해 두어야 해요."




미사오의 진지한 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요코는 자조적으로, 싫은 듯이 웃어보였다.




요코 "지금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된 것만 해도 약 5만 마리가 몰려오고 있어."




미사오 "5만...."




사츠키 "5만이라고!?"




마도카 "어마어마한 숫자..."




5만 마리.


전장의 용사들인 세 사람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본 적도 없는 규모의 적이 온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장 전투가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150 대 50000이면 일방적으로 학살당할 수밖에 없다.




'아야나의 이야기와도 크게 다른데....


내가 속은 건지, 그녀가 몰랐던 건지...'




이렇게까지 요마와 무녀의 전력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3년 전 전쟁의 10배에 달하는 전력을 요마가 숨겨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요코 "일본 국내에 이렇게 많은 요마가 숨어 있고,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큰 문제지만..."




미사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 "훗훗. 모리야는 앞으로의 싸움을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했던 것 같은데, 헛수고였어.


적들은 다음 일은 생각하지 않아.


내일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고 있어."




미사오는 생각에 잠겼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마왕의 부활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300배에 가까운 적을 상대로 포위전조차도 통할 수 있을까?




사방학원에는 성벽도, 큰 굴도 없다.


정면으로 5만 대군과 격돌해야 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승산은 없다.




미사오 "...학원을 폐쇄하겠습니다.


일반 학생들, 기숙사생들을 포함해 가능한 한 멀리 이동시키겠습니다."




사츠키 "쿄카님의 판단도 구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미사오의 결정에 사츠키는 당연히 쓴소리를 한다.


사츠키는 미사오의 친한 친구이자 직속 상사이기도 하지만 '마을'의 장의 명령을 어기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미사오 "그건..."




미사오는 알고 있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 모리야 쿄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미사오 "어쨌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학생들의 대피를!"




요코 "할 수는 없어, 이모님."




요코가 미사오의 비통한 결심을 무참히 가로막고 또다시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




요코 "어차피 마왕이 부활하면 인간은 모두 멸망할 테니까요.


우리가 '기적적으로 승리한' 이후를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미사오 "당신은..."




합리성을 중시하는 모리야 쿄카도 그럴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정에 이끌린 것뿐이다.


그래도... 미사오는 쿄카를 배신해서라도 학생들을 돕고 싶었다.


그것이 교육자로서의 그녀의 긍지였던 것이다.




요코 "더 이상 아무도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게 하지 않을 거야. 후후후."




그 지옥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무자비한 그녀의 조롱이, 먹구름이 드리운 요마와의 싸움에 더욱 불길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