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자고 있는 내 딸 소월아, 차마 널 보며 말할 수 없어서 이렇게 붓을 머금고 고백해보마...


나는 사실...니가 태어나질 않길 바랬던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니가 태어나도 '사내아이'로 태어나기를 니 어머니와 함께 빌고 또 빌었다...


우리 가문은 평범한 농부의 가문이였지만 할아버님께서 이 명나라가 건국 되었을때 작은 공을 세워 관리가 된 이후로부터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사내'가 태어나야만이 그 명맥을 이을 수 있는 게 법이자 상식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아직 니가 아직 이해하기 힘든, 7살의 나이라지만...어른의 세계는 그런 법인 것이다.


그렇기에 니가 태어나 '여자아이'란 소식에 난 그만 땅에 주저 앉고 말았구나.


니가 그랬었지...


"아버님은 제가 태어나신게 얼마나 기쁘셨으면, 귀한 비단 옷을 입으신채로 진흙 바닥에 주저 앉으셨습니까?"


미안하구나...


사실은 너의 생각보다 할아버님,아버님께 무슨 말을 올려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풍수지리가 험했냐느니...


내가 올린 기도가 부족했다느니...같은 생각 말이다..


이후로 한동안 우리 집안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낸다던 핑계를 대며 널 무시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금수도 태어난 지 새끼는 햛아준다는 걸 생각하면...난 그도 못한 존재였던 것 같았구나...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란 생각에 얼굴이라도 보기위해 찾아온 내게...저 포근한 이불 속에 자고 있던 니가 보여준...


저 보름달처럼 환하게 그 미소를 보자마자


그동안 내가 한 모든 한심한 생각들이 그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그것이 바로 우리 가문의 성씨 일만 만(萬)에, 웃음 소(笑), 달 월(月)을 붙여 '만소월'이 너의 이름으로 정해진 까닭이다.


니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 니가 말없이 웃는 것을 보기만 하더라도,니가 밥을 먹는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무릉도원에 있는 신선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었다.


"아버님~ 그곳에 계시면, 이 소녀가 못찾을 것 같으십니까~?"


발걸음을 땐 뒤로 저택 안에서 너와 난 술래를 정해 숨고, 찾는 놀이를 했었지...


주로 내가 숨는 역활을 해서 넌 볼에 공기를 불어넣으며 약간의 불만을 표했지만...


저택 속에서 널 잃어버릴까봐 아니면 다칠까봐 일부로 어려운 수수께끼를 지어냈었다.


그런데도 종종 그런 수수께끼를 맞추던 널 보며


만약에 사내아이였다면..장원급제할 떡잎이란 생각도 한번쯤 했었다.


하지만  하늘을 우리 부녀의 연을 짧게나마 허락하신건지...


니가 마마에 걸렸다는 소식에....내 모든 행복이 한 순간의 꿈처럼 느껴졌다...


마마는 호환,전쟁과 함께 목숨을 잃는 비정한 재앙 중에 하나인 것인데, 어째서 내가 아닌 여린 니가 걸리고 만 것이냐...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하더라도, 널 살릴 수 있다면 잡초라도 뽑는 심정으로 구할 수 있는 귀한 약재는 물론


내가 직접 황제 폐하가 계시는 북경으로 가서 솜씨 좋은 명의를 모셔왔지만...


결국에 너는...보름달이 진 어느 가을밤 속에....


내 품속을 떠나...사자(使者)의 손을 잡고 저승으로 떠나버렸구나


온기를 잃은 너의 몸을 잡아 3일 내내 울었다...차마 니 생각에 밥 숟가락도 들지 못했구나...



"....."


남편을 잃은 여자를 과부 그 반대로 아내를 잃은 남자를 홀아비..


부모를 잃은 자식을 고아라 부르지만 그 반대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참척'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아마 이 슬픔이 감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이 내 행복이였던, 내 딸아


이 편지를 읽는다면 물어보마...저승에서 홀로 있어서 힘들지 않느냐? 그곳은 너무 춥지 않느냐?


조금만 기다리거라...이 아비도 언젠가 니가 잡고 떠난 사자의 손을 잡아 마중 나가마


그때 날 찾거라, 이승에서 날 찾았던 것처럼...


이번엔 절대로 이승에서처럼 떠나지 않기로 약속하마




-명나라 청두 지역의 작은 관리, 만일손-





소재가 된 글: https://arca.live/b/singbung/94739813


웹소설에 관심을 가지다 소재가 뭐가 있을까 싶어서 아카 뒤져보다가 찾아서 한번 끄적여봄, 인사 한 번 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