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영혼들의 사회 - 예스24 (yes24.com)


방금 장챈하다가 본 짤을 봐서 떠오른 건데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요약만 봤을 땐 솔직히 어떤 학술적인 방법론에 따라 서술했다기 보단 조금 자의적인 분석을 한 거 같다는 느낌이 듦.

물론 푸코처럼 지좆대로 분석해도 존나 잘 쓰면 상관 없긴 한데, 그건 이 책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음.

그래서 일단 기존의 방식을 소개해보려 함.


예를 들어 10년대 초반은 주로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음.

이 거로 유명한 대표적인 책이 바로 


이 책임.

디시의 자조적인 성격과 공격성을 분석한 책으로, 디시가 어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인류학적 방식으로 서술한 책임.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 이라는 논문 역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음.

왜 일베가 저토록 반사회적 성향을 띄고 있는가에 대한, 그들의 사상과 생각을 정리한 논문임.

특히 통계적 방법을 통해 일베가 어떤 단어를 주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개념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가는지를 설득력 있게 논증했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문제가 달라짐.

왜냐? 약간 정떡이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이런 "커뮤니티" 내의 사회적 병리적 현상이라고 치부했던 문제들이 조금씩 사회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거든.

그 때부터 연구의 방식은 조금 달라짐.

어떻게 달라졌냐?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고, 커뮤니티의 영향을 점점 주목하기 시작했음.

바로 그게


아까 연구논문을 냈다고 한 김학준 씨의 새로운 책, 보통일베들의 시대임.

다시 말해 기존엔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의 성질을 연구했다면, 이제는 커뮤니티 그 자체를 하나의 주체로 보고, 그 커뮤니티가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행사하는지를 보는 거임.


"이거 어차피 커뮤는 좆도 모르는 샌님들이 쓴 거 아님?" 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음.

근데 이걸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커뮤 원주민들은 그럼 커뮤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통계나 숫자, 그리고 방법론을 통해 자료를 조사한 사람들보다, 내가 그걸 더 잘 안다고 말하는 근거는 대체 뭘까?

자기가 커뮤를 오래해서?


나는 지식을 확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엔 통계와 숫자를 활용한 논증이라고 생각함.

통계가 무조건 맞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 주장에 가장 탄탄한 근거의 역할을 하는 거지.

어떤 커뮤가 혐오커뮤라 주장하기 위해선, 그냥 조회수 10에 추천수 1 되는 글 아무거나 캡쳐해와서 증명하는 게 아니라, 통계적 방법으로 계산해서 그들이 얼마나 혐오적인 단어를 많이 쓴는지를 보여준다거나, 아니면 인류학적 방식과 논리를 통해 차근차근 그들의 생리를 논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함.